안녕, 다비도프씨
오늘도 나는 거울 앞을 떠나지 못한다. 나는 투명인간이다. 투명인간이라서 좋겠다고? 영화 속의 멋진 투명인간을 떠올린다면 천만의 말씀이다. 현실의 나는 개와 고양이에게 쫓기며, 주변의 불투명한 인간들로부터 늘 위험한 인물로 예의주시 당하다 못해 핍박받는 가련한 존재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 익명의 초대장이 날아들었다. '다비도프 쿨 워터맨' 향수를 착용하라는 추신이 달려있었다. 투명인간이 된 이후 처음으로 향수를 뿌리고 파티장으로 향했다. 아무도 없는 빈 파티장에 도착하자 누군가가 외쳤다.
"신입 투명인간 '다비도프 쿨 워터맨'씨를 소개합니다!"
놀랍게도 텅 빈 파티장에는 수많은 동족들, 아니 향기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투명한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 나는 다시 불투명인간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