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의 절대자 / 흡혈귀
[판타지 단편집]
“넌 누구지...?”
“난 지옥의 악마다.”
그는 끊어질 듯 한 의식을 간신히 붙잡으며 숨을 가다듬었다.
“날 데리러 온 건가?”
“원래대로라면 그렇지. 하지만 네이드. 당신의 과거를 조사해보니 참 충성스럽고 용맹한 사람이더군. 기사도를 가장 중시하는 헌신적인 남편이라. 쉽게 보기 힘든 사람이야.”
네이드는 물끄러미 악마를 올려봤다. 악마는 빙그레 웃으며 검지를 내밀었다.
“넌 정말 순수한 영혼을 갖고 있어. 내게 영혼을 팔아라. 그럼 살려주지.”
“거짓말. 난 악마의 말 따위 믿지 않는다.”
악마는 기다란 꼬리를 흔들며 네이드의 앞에 쭈그려 앉았다.
“네이드. 이 불쌍한 사람아. 아내가 보고 싶지 않아? 너를 기다리고 있을 베릴의 시민들은?”
네이드는 걸은 기침을 토하며 악마를 노려봤다. 하지만 바람이 불고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하자 네이드도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네이드는 죽기 전에 아내의 얼굴을 한번만 더 보고 싶었다. 그녀의 얼굴을 딱 한번만 더 본다면 편히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네이드는 눈을 뜨며 숨을 내뱉었다.
“좋아. 수락한다.”
악마는 기뻐하며 네이드의 가슴 위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네이드의 몸속에서 하얀 무언가가 꿈틀거리며 빠져나왔다.
“네이드 라니스트마이어. 오늘부터 넌 영원히 잠들지 않을 것이며 영원히 죽지도 않을 것이다. 넌 신에게 저주받았으나 유구한 세월을 물려받았다.”
네이드는 허공으로 사라지는 악마를 바라보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또 의식이 끊어진 네이드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한적한 숲속이었다.